수험생에게 쓰는 편지
조엘 고3 수험생들에게 - 담임(김성수) 선생님으로 부터..
사랑하는 우리 조엘 고3 친구들
200일, 100일 하던 수능이 이제 나흘 앞으로 다가왔구나. 큰 시험을 앞두고 긴장될 너희들을 생각하니 선생님도 너희들 만할 때 똑같은 시험을 앞두고 긴장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도 그렇지만 베개에 머리가 닿기만 해도 3분 안에 잠이 들 정도로 수면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던 나인데 지방에서 상경하여 시험 전날 서너 시간을 뒤척이며 잠 못 이루다가 다소 멍한 상태로 시험을 쳤던 경험이 내가 기억하는 고3 수험생으로서의 고난(?)이었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문제집과 씨름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두 가지 은혜로운 추억이 있었다. 하나는 시험 100일 전부터 어머니께서 도시락에 매일 같이 손으로 써서 넣어주시던 성경말씀 쪽지이고, 또 하나는 당시 1년 12달 365일을 쉬는 날 없이 운영되던 강제적인 자율학습 속에서도 잊지 않고 지키던 주일예배가 그것이다. 주일을 성수한다며 주일에는 삼엄한 도서관장 선생님의 감시망을 뚫고 해석도 잘 안 되는 영어성경을 붙들고 씨름했던 기억도 난다.
돌이켜보면 삭막하고 암울했던 나의 고3시절을 지켜주었던 것은 말씀과 예배를 통한 하나님의 은혜였던 것 같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같은 시험을 앞둔 너희들을 생각하니 더 치열하게 말씀을 전하지 못한 것, 더 뜨겁게 함께 예배드리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려운 시기에도 불구하고 매주 예배의 자리를 지키며 조엘 최고 학년의 성숙한 모습을 삶으로 보여준 너희들이 너무도 자랑스럽다. 더구나 올해는 9월에 이곳 한남동으로 교회예배장소를 이전하는 커다란 변화가 있었음에도 동요하지 않고 이 자리를 지켜준 너희들이 너무도 고맙다.
수능시험을 친 이후에도 이틀 뒤에 시작하는 수시논술시험 때문에 긴장을 놓을 새도 없이 독서실로 향해야 하는 기현이, 빡센 미술학원방침 때문에 방과후에 4시간 이상을 선 자세로 그림을 그려야 하지만 수능이 끝나면 거의 하루 종일 그 자세로 미술을 해야 하는 창준이, 어려운 수술에다 미국 미술대학 진학을 위해 미국수능 SAT준비와 포트폴리오를 위한 시각디자인공부를 병행해야 했던 호재, 역시 미국대학진학을 위해 여러 편의 에세이를 구상하며 우리와 뜨거운 여름을 함께 보냈던 세연이까지.
모두들 수능 이후에도 만만치 않은 일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일년 동안 우리가 예배와 말씀과 기도 가운데서 우리를 이끄셨던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신뢰하기를 소망한다. 오가는 디스 가운데서도 그 뒤에 배어있는 친구들의 우정과 진심을 기억하기를 소망한다. 묵묵히 너희들을 위해 응원하는 우리 조엘과 교회 공동체의 기도를 잊지 않길 소망한다.
단언컨대 수능은 인생의 목적이 아니다. 대학은 인생의 종착지가 아니다. 세상은 높은 수능점수와 명문대 합격이 인생의 목적인 것처럼, 그것이 인생의 종착지인 것처럼 속이고 있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수능과 대학은 인생에서 지나가는 하나의 과정일 뿐 목적이 될 수 없다. 우리의 종착지는 1-1-1이 찍힌 수능성적표도, 대학합격통지서도 아닌 그리스도께서 영광 중에 다시 오시는 날 남과 북, 세계 열방이 모두 함께 하나님 앞에 나아가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며 영원한 사랑과 정의와 평화를 누리는 그날이다.
그 날을 위해 우리는 이 삶의 과정을 성실하고 진지하게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준비했으면 좋겠다. 사회학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순수한 우리 기현이, 산업디자인을 하고 싶어하는 우리 창준이, 시각디자이너의 꿈을 키워가는 우리 호재, 그리고 정치학도의 포부를 밝힌 우리 세연이. 하나님께서 너희들에게 주신 달란트와 비전을 따라 어렵고 힘들지만 이 과정을 잘 견뎌내길 소망한다. 그러나 기억하거라. 하나님께서 너희들과 동행하고 있음을. 예수님께서 너희들을 위로해주실 것을. 성령님께서 너희들을 위해 간구하고 계심을. 끝으로 시편 37편 3절로 6절까지의 말씀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3 여호와를 신뢰하고 선을 행하십시오. 그러면 이 땅에서 살게 되고 먹을 걱정이 없을 것입니다. 4 또한 여호와를 기뻐하십시오. 그러면 그분이 당신 마음의 소원을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5 당신의 길을 여호와께 맡기십시오. 또 그분을 신뢰하십시오. 그러면 그분이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6 그분이 당신의 의를 빛나게 하시고 당신의 의를 한낮처럼 밝히실 것입니다. (시37:3-6, 우리말성경)